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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경향)

[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6) 검은 대륙을 떠도는 난민·이주민들

블루스웨터 2011. 3. 26.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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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일자리 뺏는다” 내전·기아에 쫓겨온 곳서 또 쫓겨나
ㆍ짐바브웨 이주자 남아공 거주지 폭력 동원 철거
ㆍ정권은 뒷짐, 유엔 노력한계… 2200만명 ‘떠돌이’

“여기서도 나가라 하면 또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입니다. 별 수 없이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고민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난달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남부 해안도시 케이프타운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인 농촌 마을 드두어런스에서 만난 짐바브웨 출신의 이민자 머시는 앞날을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머시가 머물고 있는 곳은 유엔난민기구(UNHCR)에서 제공한 텐트가 모여 있는 난민촌.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곳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흑인거주지구 슬럼에 살았다. 열악한 환경이기는 해도 ‘집’이 있었고 남아공 주류 부족 중 하나인 코사족 이웃들도 있었다.

짐바브웨 출신 이민자들이 작년 11월 남아공 주류 부족 코사족에게 밀려나기 전까지 살았던 드두어런스 흑인 밀집지역의 슬럼. 이들이 살던 집에는 현재 코사족이 들어와 거주하고 있다. 드두어런스 | 이청솔 기자

난민촌으로… 밀려나는 이민자들

코사족이 머시의 집을 부수고 집기를 빼앗아간 것은 지난해 11월. 이민자들이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는 이유에서였다. 포도농장을 운영하는 백인 농장주들이 ‘일을 잘하고 똑똑하다’는 이유로 짐바브웨 출신자들을 많이 고용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저임금 이민자들에게 일자리를 내준 코사족은 폭력으로 되갚았다. 머시를 비롯한 이민자 1000여명은 맨몸으로 내몰렸다. 머시는 “이달 말이면 유엔이 제공해준 텐트도 철거된다고 한다”며 어디로 갈지 고민이라고 했다. 짐바브웨는 여전히 엉터리 경제정책으로 살인적 인플레이션을 불러온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의 철권통치 아래 있다. 무가베는 무리한 토지개혁으로 식량부족을 불렀다. 짐바브웨의 물가상승률은 2008년 2억3100만%를 기록했다.

대륙 곳곳을 떠도는 이주민 문제는 아프리카가 풀어야 할 숙제다. 유엔은 합법적 이민자와 난민 2200만명이 아프리카 대륙을 떠도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불법이민자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난다. 특히 가장 앞선 경제력을 가진 남아공은 인근 짐바브웨, 레소토, 모잠비크뿐 아니라 멀리 콩고민주공화국, 가나, 나이지리아 등에서 몰려온 이주자들까지 더해져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짐바브웨 출신 약 300만명을 포함해 불법 이주자만 대략 500만명으로 추산된다.

월드컵을 앞둔 남아공 정부가 일자리를 빼앗긴 서민들의 분노를 이용해 이주 노동자들을 몰아내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 3월 요하네스버그 제2 축구경기장인 엘리스파크 경기장 부근 빈민가에서는 이민자들이 ‘붉은 개미’라 불리는 철거용역반의 폭력에 쫓겨났다. 이민자들이 얼기설기 지은 집들은 무너진 벽돌더미로 변했다. 붉은 개미는 정부 용역으로 궂은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빨간 제복과 모자를 착용하고 있어 붙은 이름이다.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들을 적대시하는 서민층으로 이뤄져 있다. 인권단체들은 “과거 백인정권이 가난한 백인들을 부추겨 흑인들에 대한 증오심을 키웠듯 흑인정권은 일자리 없는 서민들을 부추겨 외국인 노동자들을 미워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한다.

나이지리아 라고스를 에워싼 거대한 슬럼의 주민들 중에도 인근 베냉, 토고, 니제르 등지에서 온 이주자들이 많다. 아프리카 내의 이주에는 ‘일자리’라는 경제적 이유 외에 정치적 동기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무가베가 철권통치를 일삼는 짐바브웨나 1990년대 후반 이후 내전이 끊이지 않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DRC)은 이민자를 쏟아내는 대표적인 나라들이다. 여기에 서구 열강들의 일방적 국경 획정도 많은 사람들이 국경을 넘어 떠돌게 하는 이유다.

유엔난민기구(UNHCR)가 남아공 드두어런스 내 슬럼에서 쫓겨난 짐바브웨 출신 이민자들을 위해 부근에 천막으로 마련해준 난민촌의 모습. 드두어런스 | 이청솔 기자

곳곳에 ‘송금은행’

2002년 발발한 코트디부아르 내 남북 분쟁에는 50년 전 독립 과정에서 벌어진 ‘국경선 그리기’의 실책과 북부 사하라 지방의 사막화 문제 등 복잡한 배경이 숨어 있다. 사하라 남부 사헬(건조지대) 지역에 위치한 부르키나파소와 대서양에 접해 있는 코트디부아르는 민족적·문화적·경제적으로 한 묶음이 되었어야 했지만 50년 전 국경선이 그어지면서 두 나라로 갈렸다. 코트디부아르는 열대우림과 바다, 농장과 항구를 모두 가졌지만 내륙국가인 부르키나파소는 독자적 생존이 힘든 조건이다. 게다가 부르키나파소와 말리 등은 점점 확장되어가는 사하라 사막의 남진(南進) 때문에 고통 받고 있다.

부르키나파소 사람들은 독립 이래로 꾸준히 남부의 코트디부아르로 내려왔고, 이제는 부르키나파소인 300만명과 말리인 100만명을 비롯해 600만명이나 되는 외지인들이 코트디부아르에 살고 있다. 이들 ‘국민 아닌 국민’은 자신들을 국민으로 인정해 선거권을 달라고 주장하는 반면에 정부는 거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싸움이 일어났고, 남북간 휴전협정이 체결된 뒤에도 갈등이 해결되지 않아 대선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부르키나파소는 물류를 코트디부아르에 의지할 뿐 아니라, 코트디부아르에 나가 있는 노동자들이 보내오는 송금에 경제의 상당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부르키나파소로 올라가는 코트디부아르 내륙도시 부아케에서는 미국 송금회사 웨스턴유니온 간판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서아프리카에서 비교적 안정된 가나에는 90년대 혹독한 내전을 겪은 라이베리아에서 온 난민들이 수만명씩 거주한다. 이들은 전쟁 난민으로 가나에 들어왔지만, 내전이 끝나고 몇 년이 지나도록 본국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이들을 정치적 난민으로 규정하고 난민촌을 지원해주었지만 라이베리아에 2005년 엘런 존슨-설리프 대통령의 민주정부가 들어선 뒤로는 지원을 끊고 송환작업을 하고 있다. 한때 10만명이 넘었던 난민 수는 지금은 3만5000명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나, 이들은 끝내 귀환을 거부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라이베리아에는 일자리가 없지만 가나에서는 허드렛일을 하거나 국제기구의 원조라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적 난민과 일자리 때문에 고향을 벗어난 경제적 이주민을 가르기는 쉽지 않다. 가나에서 돌아가지 않고 있는 토고 출신 난민 8500여명도 이름만 난민일 뿐, 실제로는 이주노동자나 다름없다. 이 때문에 국제이주기구(IOM) 등은 ‘귀환시켜야 할 난민’으로 규정하는 대신 이들을 이주노동자로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동아프리카 중심국가인 케냐도 난민 반 이주민 반 성격을 띤 외지인들 문제를 안고 있다. 소말리아인 17만3000명과 수단인 7만3000명, 에티오피아인 1만6000명이 국경지대와 나이로비 주변 슬럼가에 살고 있다. 이들도 출발점은 분쟁과 살육을 피해 도망친 난민들이었으나, 지금은 경제적 동인이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된다.

내부 유민(IDP)들도 넘쳐난다. 케냐는 비교적 안정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2007년 대선 선거부정 시비로 폭동이 일어난 뒤 25만~40만명에 이르는 이들이 집을 떠나 국내를 떠도는 유민이 됐다. 콩고민주공화국에는 앙골라에서 넘어온 13만3000명과 르완다인 3만7000명 등이 떠돌고 있다. 내전이 끝난 뒤 몇 년이 지나도록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유민은 140만명에 이른다.

<드두어런스·부아케·라고스 | 이청솔·구정은 기자 taiyang@kyunghyang.com>


입력 : 2010-05-16 17:53:05수정 : 2010-05-17 02: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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