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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경향)

[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환율까지 옛 식민종주국 맘대로

블루스웨터 2011. 3. 26.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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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아직도 멀고 먼 ‘경제적 독립’

“내가 살아보지도 않은 식민시절을 얘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이지리아 라고스대학 심리학과 학생 소쿠두의 말이다. 과거를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시각은 극히 비판적이었고, 그 가장 큰 이유는 ‘경제’였다.


식민통치에서 벗어난 이후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아프리카는 옛 식민종주국에 원자재를 수출하고 생필품을 사온다. 동아프리카의 탄자니아, 케냐, 우간다 등은 지리적 이점 덕에 중동·아시아와 교역을 늘려가고 있지만 대서양 연안 서아프리카 국가들은 옛 지배자들 없이는 여전히 지탱하기 힘든 형편이다. 단적인 예가 코트디부아르, 말리, 세네갈, 토고 등 서아프리카 옛 프랑스 식민지 8개국이 쓰고 있는 ‘세파(CFA) 프랑’이라는 화폐다.

2차 대전 종전 뒤인 1945년 프랑화 가치가 떨어지자 프랑스가 식민지들의 손실을 막기 위해 세파 프랑이라는 화폐를 만들었다. 당시 프랑스 재무장관 르네 플레벵은 “자비로운 프랑스가 멀리 있는 딸들의 피해를 막아주려 화폐를 만들어줬다”고 자찬했다. 그후 수십년이 지나 프랑스에서조차 프랑이 사라졌지만 지금도 이 나라들은 프랑스에서 찍은 돈을 ‘사서’ 자국 내에서 유통시킨다. 세파 프랑은 유로화에 고정환율로 묶여 있어 암시장을 없애고 환율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그 대신 수출을 늘리기 위한 개별 국가 차원의 환율정책을 쓸 수 없다. 세파 프랑과 유로의 환율은 프랑스가 결정한다.

경제의 실패는 ‘정치의 실패 탓’이라고 아프리카인들은 입을 모은다. 정치지도자·관료들의 부패와 무능이 독립 이후 아프리카의 발전에 가장 큰 장애가 됐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였다. 라고스대학 정치학과 카요데 소레메쿤 교수는 “부패한 지도층은 식민시대 구조 그대로 독립 국가를 통치했고 새로운 나라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전히 부유층은 영국으로 자식들을 보내 가르치고, 영국 은행에 돈을 모아둔다”며 “심지어 식민시대에 대한 노스탤지어(향수)를 이야기하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소레메쿤 교수는 지난해 말 미국행 항공기 폭탄테러를 시도한 압둘무탈라브 사례도 ‘식민지 마인드’로 해석했다. 명문가에서 자란 압둘무탈라브는 토고의 영국계 학교를 나와 런던에 유학했지만, 오히려 그곳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졌다.

소레메쿤 교수는 “뿌리 없이 옛 지배세력을 추종한 결과는 아이러니하게도 테러리즘이었다”면서 “식민지 정신상태가 바뀌어야만 진정한 독립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라고스 | 구정은 기자>


입력 : 2010-05-03 17:49:54수정 : 2010-05-04 01:5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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