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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뉴스

[미션&피플] 은퇴 후 섬김의 과수원 일구는 이규정 원로목사

블루스웨터 2018. 6. 3. 23:30

[미션&피플] 은퇴 후 섬김의 과수원 일구는 이규정 원로목사

아프리카 빈곤아동 후원·식수펌프… 지구촌 사랑 영그는 사과나무 키웁니다

입력 : 2015-04-01 02:48
[미션&피플] 은퇴 후 섬김의 과수원 일구는 이규정 원로목사 기사의 사진
이규정 인천 부평소망교회 원로목사가 지난 12일 충북 보은의 과수원에서 사과나무를 가리키며 지난해부터 적용한 새로운 농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보은=허란 인턴기자
지난 12일 충북 보은군 보은읍 자택에서 만난 이규정(70) 인천 부평소망교회 원로목사의 목소리는 젊은이처럼 카랑카랑 힘이 넘쳤다. 손님이 찾아와 오랜만에 단정한 옷을 입었다는 백발의 노신사는 아담한 흰색 전원주택에서 취재진을 맞자마자 새로 들여놓은 농기계들이 있는 뒷마당부터 안내했다. 그곳엔 사과선별기와 4륜제초기 등 농기계와 사과 포장재 등이 가득 놓여 있었다.

“농기계들은 지방자치단체 지원으로 반값에 구입했어요. 정말 초짜 농부였는데 경북대 사과연구소 홈페이지를 참고해 새로운 농법을 적용했더니 3년 만에 상품성 있는 사과를 내놓을 수 있었습니다. 생산성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사과밭을 계속 개조할 겁니다.”

그는 은퇴를 몇 년 앞두고 대출을 받아 지금의 사과밭을 샀다. 주위 사람들은 걱정스런 눈빛을 보냈지만 이 목사에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고교시절 갑자기 가세가 기울어 닭 모이 판매, 신문배달 등 안 해본 일이 없어요. 그때 깨달은 게 ‘사람은 움직이면 어떻게든 산다’는 겁니다. 먹고사는 건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걸 배운 거죠.”

2012년 보은으로 귀농한 이 목사는 약 6611㎡(2000평) 규모의 사과밭을 일구며 4년째 ‘전문 영농인’의 길을 걷고 있다. 목회자 은퇴 후 과수원을 운영하는 이 목사는 직접 농사지은 사과로 아프리카 빈곤아동을 후원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얻은 첫 수익 대부분을 국제구호개발기구 월드비전에 기부했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나온 그는 20여년간 제철회사에서 일했다. 이후 서울신학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47세에 교회를 개척해 20여년 동안 목회자로 섬겼다. 은퇴 후 사과 농사를 짓기로 한 건 시각장애가 있는 아들을 위해서였다. 장애를 극복하고 중학교 영어교사로 설 수 있도록 번듯하게 키웠지만 장애를 안고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훗날 부모 없이 온전히 홀로설 수 있을 지가 늘 마음에 걸렸다. 직장생활하며 모은 돈으로 교회를 개척한지라 물려줄 재산도 전혀 없었다. 고심 끝에 얻은 결론이 과수원이었다. 아들이 직접 재배할 순 없겠지만 수확이 좋으면 인부를 고용해도 한 사람 먹고 살 만한 수입은 나오지 않겠느냐는 계산에서였다.

이 목사는 나눔에도 과감했다. 처음으로 상품성 있는 사과를 재배해 판매했던 지난해 예상 수익 전액인 400만원을 월드비전에 기부했다. 비료 등을 구입한 비용과 대출이자를 제하고 순수익을 미리 계산해 후원한 것이다. 이 후원금은 우간다 카총카 지역에 식수펌프를 설치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몇 푼 안 되는 돈이라 부끄러운데…. 수익이 날 때까지 자꾸 미루면 후원을 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어요. 제가 원래 ‘굶지만 않으면 된다’는 신조를 갖고 있어서 크게 돈 모아본 일이 없어요. 교회 개척 후에도 돈이 모자라면 영자지를 번역해 생활비를 벌어 쓰곤 했으니까요.”

과수원 수익을 모두 기부한 이 목사는 원로목사 사례비로 단출하게 생활하고 있지만 케냐 라오스 가나 우간다 알바니아 등의 빈곤아동 9명을 돕는 일을 쉬지 않고 있다. 부족할 때는 1남1녀인 자녀의 도움도 받는다. 자녀도 ‘나누며 살자’는 부모의 뜻을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이 목사의 계획은 과수원 일을 그만둘 때까지 매년 생산량을 늘려 소득의 3분의 1을 아프리카 빈곤아동과 식수펌프 설치에 후원하는 것이다. 나머지 소득은 이 목사 대신 과수원을 운영할 사람과 아들에게 절반씩 돌아가는 구조로 만들 예정이다.

늦은 나이에 시작한 농사가 힘겹진 않은지 물었다. “목회나 과수원 일이나 받은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는 건 똑같아요. 목회보다 더 고되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지만, 조금 움직여서 나도 먹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즐거워요. 생각해보세요. 하나님께 갈 때까지 나만 위해 산다고 생각하면 무슨 재미가 있겠어요?”

보은=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018316&code=23111111&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