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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경향)

[아프리카의 내일을 가다](9) 세계와 ‘접속’하는 아프리카

블루스웨터 2011. 3. 26.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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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전기 없는 시골에 무선인터넷’ 흙바닥서 싹트는 IT
ㆍ나이지리아… 인터넷 카페 들어선 시장, 휴대전화·컴퓨터 최대 인기
ㆍ코트디부아르… 원유 채굴 넘어 정제·가공에너지 부가가치 창출

나이지리아의 ‘경제수도’ 라고스는 살아있었다. 지난달 초 바닷가 마리나 로드에서 바라본 아파파 항구. 거대한 선박들이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 항구를 에워싼 거대한 석유탱크엔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TOTAL)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나이지리아에서 매우 큰 회사 중 하나인 하니웰 제분공장의 밀가루 사일로들도 보였다. 울타리 너머로 어마어마한 양의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고, 입구에는 컨테이너 차량과 레미콘과 탱크로리들이 줄을 이어 정체가 극심했다.

서아프리카의 경제 동맥이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더반과 함께 아프리카 최대 물동량을 자랑하는 아파파의 모습이었다. 짐을 내린 뒤 대기하고 있는 컨테이너 차량들 밑에선 하역노동자들이 차체를 그늘삼아 쉬고 있었다. 또 다른 항구인 틴캔 아일랜드로 이어지는 길에는 세븐업 음료공장과 설탕 정제공장 등이 보였다.


흙바닥 ‘컴퓨터 빌리지’

나이지리아 라고스의 ‘컴퓨터 빌리지’. 상가마다 휴대전화, 컴퓨터 상점들의 간판이 즐비하다. 나이지리아는 휴대전화 가입자가 6299만명에 이른다. 라고스 | 구정은 기자
아파파에서 조금 떨어진 이케자 지역에 들어서자 허름한 건물들 사이로 ‘인터넷 카페’ 간판이 보였다. 젊은이들에게 컴퓨터와 휴대전화는 최대 인기 품목이다. 이케자 안쪽에는 ‘오군비이 커뮤니티’라는 시장이 있다. 라고스 사람들이 ‘컴퓨터 빌리지’라 부르는 이곳은 일종의 전자상가다. 포장도 되지 않은 흙길엔 자갈과 쓰레기가 한데 뒹굴고, 휴대전화 액세서리와 컴퓨터 부품 따위를 파는 노점상들과 구경 나온 시민들이 북적였다. 길 양옆 상가들은 전자제품 광고로 뒤덮여 있었다. 512Mb 중고컴퓨터와 삼성·LG·파나소닉 모니터들이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손님을 기다렸다.

제법 그럴싸한 외양을 갖춘 휴대전화 상점에 들어갔다. 삼성이나 LG 휴대전화는 3000나이라(2만4000원)에서부터 5만3000나이라(42만4000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했다. 노키아가 워낙 저가공세를 펼치는 탓에 컴퓨터와 달리 휴대전화는 중고물품이 거의 유통되지 않는다고 한다. 에어컨을 틀어놓은 가게 안은 발디딜 틈이 없었다. 거리에는 구글 SMS 서비스가 시작된다는 광고판이 늘어서있었다.

남아공과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몇몇 나라들은 경제력이나 자원을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위상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자원 요소가 지배적이다보니 원자재 가격이 곧 이들 나라의 경제를 결정한다. 지난해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은 일제히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서방이 지갑을 닫은 탓이 컸다. 남아공의 경우 월드컵 특수를 홍보하고 있었음에도 성장률이 마이너스 1.9%를 기록했다. 그래서 아프리카 국가들에는 ‘채굴 경제’ ‘플랜테이션 경제’를 벗어나는 것이 지상과제다.

르완다는 정부가 주도하는 ‘비전 2020’ 프로그램을 통해 정보화 실험을 하고 있다. 인구 90%가 농민이지만 휴대전화 사용자 비율은 해마다 배로 늘어 2008년 현재 14%로까지 높아졌다. 남아공 통신회사인 MTN 직원들은 유니폼을 갖춰 입고 수도 키갈리 곳곳에서 선불제 휴대전화카드를 판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궁벽한 농촌의 구멍가게에도 MTN 로고는 붙어있다. ‘르완다에서는 MTN이 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무선인터넷망도 속속 깔리고 있다. 국제입찰을 통해 사업자로 선정된 KT도 그곳에서 와이브로망을 구축하고 있다. 현지 정부 관계자는 “내륙의 소국인 르완다가 세계와 연결되려면 정보통신기술(IT) 발전이 필수”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빈국들은 기존 유선통신망이 없기 때문에 곧바로 무선으로 ‘점프’하는 경우가 많다. 서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도 그런 곳이다. 간선도로를 벗어나면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시골마을이지만 휴대전화만 있으면 언제든 무선통신망에 접속할 수 있다. 아비장 근교의 허접한 버스정류장 곳곳에는 어김없이 나무 탁자로 된 전화카드 가판대가 있다.

문제는 경제력이 IT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코트디부아르는 통신요금이 워낙 비싸 휴대전화를 들고다니면서 받기만 하는 사람들이 많다. 르완다의 휴대전화 요금은 분당 150~200원, 인터넷 이용요금은 월 4만~8만원이다. 나이지리아의 휴대전화 요금은 분당 800원선. 서비스 공급자들은 인프라 투자비를 회수하기 위해 비싼 요금을 매긴다. 아직은 시장이 작아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다. ‘신용 경제’가 없다보니 무조건 선불제다. 그래도 휴대전화는 많이 퍼졌으나, 컴퓨터를 살 수 있을 정도로 일반인들의 소득이 늘어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키갈리에서 ‘IT 센터’라는 컴퓨터가게를 운영하는 중국인 레이(36)는 “조금씩 판매가 늘고는 있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제는 원유도 가공해서 판다

코트디부아르 아비장 동쪽의 그랑바삼. 흙길 5㎞를 자동차로 달려가면 주변 시골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현대적인 시설이 나온다. 정부가 지은 IT 벤처육성단지 ‘비팁(VITIP)’이다. 원래 국영정유회사 SIR가 소유했던 땅을 정부가 넘겨받아 2008년 비팁을 지었다. 지금은 60㏊ 면적에 건물 몇 동이 전부이지만 근처에 680㏊의 대규모 단지를 짓고 있다. 지금까지 100억세파(250억원) 이상이 투자됐다.

르완다 수도 키갈리 도심의 컴퓨터 관련용품 상점 ‘IT 센터’의 모습. 르완다인들의 구매력이 낮아 값싼 중국산이 대부분이다. 키갈리 | 이청솔 기자

출범 당시 20개 회사가 협력 협약을 맺었고 그중 15개가 입주를 끝냈다. 세네갈·프랑스 합작기업도 있고, 당국이 남아공 기업과 자국 기업간의 파트너십 협정을 중개해준 경우도 있다. 아직 15개 기업 고용인원은 모두 100명에 불과하지만 올해 말까지는 IT 분야와 생명공학(BT) 분야 기업 40개로 늘릴 예정이다. 비팁 매니저 클로드 데니는 “아직 기술수준이 낮고 벤처 마인드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면서 “지금 들어와 있는 회사들은 컴퓨터 부품을 수입해 조립한 뒤 주변 가나나 베냉 등으로 재수출하는 수준이지만 발전성은 크다”고 말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1차 산품 수출을 넘어 부가가치를 높이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세계 10위권의 석유수출국인 나이지리아는 원유를 정제·가공·유통시킬 능력이 없어 다국적 에너지기업들에 유전을 내줬다. 석유매장량이 362억배럴이나 되는데 국내에선 정제유가 모자라 ‘기름값 폭동’이 일어난다. 반면 코트디부아르는 원유 매장량이 1억배럴에 불과하지만 ‘똑똑한 수출’을 시도하고 있다. 해안 유전에서 퍼올린 질 좋은 석유는 비싸게 팔고, 나이지리아와 앙골라에서 파라핀이 많이 들어있는 질 낮은 원유를 사들인다. 이를 정제해 국내에서 쓰거나 다시 외국에 판다. 제3세계 산유국 중에선 드물게 업스트림(탐사·시추·채굴)을 넘어 다운스트림(석유의 정제·가공·유통 부문)에 손대고 있는 것이다. 아비장 해안가에는 미래의 원동력이 될 정유소들이 들어서 있다.

박윤준 주 코트디부아르 대사는 “나이지리아는 정유소들이 낡고 고장나 가동률이 27%에 불과하지만 코트디부아르의 정유소 가동률은 90% 이상”이라고 귀띔했다. 석유 수출은 이 나라 최대 수출품목이던 카카오 수출액을 2006년 추월했다. 근래 카카오와 커피, 팜오일(야자유) 등 플랜테이션 작물 가격도 올라가는 추세다. 코트디부아르는 농산물을 거둬들인 그대로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찾고 있다.

<라고스·키갈리·그랑바삼 | 구정은·이청솔 기자 ttalgi21@kyunghyang.com>


입력 : 2010-05-24 17:56:51수정 : 2010-05-25 01: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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