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공, 이제는 '코어'다
본격적인 골프 시즌이 열리면서 골프공 시장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브랜드마다 첨단 소재와 새로운 제작공법 등 신기술로 무장한 골프공을 잇달아 출시해 골퍼들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국내 골프용품 시장은 의류를 빼고 1년에 약 8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골프업계는 그 중 골프공이 차지하는 비율은 15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골프공 시장은 피스(piece), 즉 '골프공을 몇 겹 구조로 만드느냐'에 관심이 집중됐다. 코어(core)와 중간층(mantle), 껍데기(cover)로 구성된 3피스(three piece) 공이 대세를 이루다가 4피스, 5피스 공까지 등장했다.

2011년엔 골프공의 가장 은밀한 '속살'이 화두(話頭)로 떠올랐다. 비거리 향상과 정교한 콘트롤을 위해 '골프공의 엔진'이라 불리는 코어가 변신하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코어 제작 기술을 앞세운 신제품들이 골프공 시장의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스릭슨 '뉴 Z-STAR 시리즈'를 새로 선보인 던롭코리아는 "코어의 크기를 세계 최대인 40.1㎜까지 늘렸다"면서 "코어가 안쪽으로 갈수록 부드러워져 불필요한 회전을 막고 비거리를 늘려준다"고 밝혔다. 일본 던롭 본사의 케네스 마쓰바라 매니저도 "코어의 활용이 골프볼 시장의 관건"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US오픈 챔피언 그래엄 맥도웰(북아일랜드), 이시카와 료(일본), 박인비 등이 올 시즌 '뉴 Z-STAR'로 투어에 나섰다. 맥도웰은 "볼 초속이 무척 빠르고, 러프에서 친 샷도 스핀 양이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던롭코리아는 7월 말까지 스릭슨 '뉴 Z-STAR 시리즈'를 구입한 소비자가 공의 성능에 만족하지 못할 경우, 전액 환불을 보증하는 '머니백 프로모션'도 펼치고 있다.
▲ (왼쪽부터)코어(core)골프공의 ‘엔진’이라 할 수 있는 핵심. 탄성이 높은 합성고무 소재로 만들며 중앙으로 갈수록 부드러운 구조. / 맨틀(mantle)코어와 커버 사이의 중간층으로 합성수지로 만든다. 공의 회전력을 높여 샷의 정확성을 높이는 역할. / 커버(cover)세계 최초 0.3㎜ 우레탄 커버. 올록볼록한 딤플(dimple)로 공기 저항을 줄여 비거리를 늘리는 게 핵심.
나이키골프는 최근 코어를 고무가 아닌 레진(resin)이라는 합성수지로 만들어 비거리를 크게 향상시킨 'SQ 프리미엄 디스턴스'를 내놓았다. 록 이시이 나이키골프공 개발 총괄본부장은 "고무 코어의 경우 볼의 에너지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지만, 레진 코어는 볼의 에너지 손실을 최소화해 볼의 스피드를 증가시킨다"고 말했다. 그는 "코어 소재로 합성수지를 선택한 것은 골프 클럽이 나무에서 메탈 소재로 바뀐 것만큼 혁신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캘러웨이골프는 '헥스 디아블로 투어(3피스)'를 내놓으면서 코어 안팎의 강도가 다른 '파워 리액션 코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부드러운 안쪽 코어는 탄성을 높여 비거리를 늘리고, 딱딱한 바깥면은 타구감을 개선해 컨트롤이 잘 된다"는 것이 캘러웨이골프의 설명이다.
골프공 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타이틀리스트도 새로운 코어 제작 방법을 도입한 2011년형 'Pro V1'을 출시했다. 타이트리스트 측은 "한 개의 코어 안에서도 겉과 속의 화학적 반응이 달라지는 것을 개선하기 위해 저온에서 장기 가열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진중언 기자 jinmir@chosun.com
2011.03.18